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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약속

우리 집에는 아침마다 지켜야 할 하나의 약속이 있다. 제일 먼저 나가는 사람에게 깊은 포옹을 해주는 것이다. 일찍 나가는 사람이 남편일 수도 있고, 딸아이일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나갈 때마다 해주는 가족간의 포옹과 말 한마디 ‘오늘도 잘하고 와’ 가 이제는 아침의 즐거움이 되어버렸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너무도 싫어하는 내색이 짙었던 13살 딸아이는 2개월이 지나자 하나의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포옹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포옹을 해주었다.

사실 이 약속을 만든 이유는 바로 10대인 딸아이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일 때는 부르지않아도 달려와 척척 품에 안기던 아이가 12살이 되고서는 좀 컸다고 반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스킨쉽을 시도했다가는 변태로 취급되거나 짜증섞인 핀잔을 듣기 쉬웠다.

그 이후부터는 주로 마사지나 하이 파이브 등으로 대체하곤 했다. 하지만 문제는 2년간 떨어져있던 아빠와의 스킨쉽이었다. 딸아이도 피하는 기색이 완연했고, 남편 역시 부쩍 커버린 딸아이의 성장에 뒤로 물러서기만 했다. 스킨쉽이 없다보니 자연히 대화도 줄어드는 듯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침마다 가족끼리 한번씩 껴안아주자는 약속, 규칙이었다. 처음엔 남편이나 딸아이 모두 쑥스러워하더니만 이제는 포옹하면서장난까지 치는 부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매일 딸아이와 남편을 안아줄 수 있어 행복했다. 가끔은 말이나 선물보다도 이렇게 따스한 체온으로 전하는 애정표현이 훨씬 효과적일 때가 많다. 되돌아보면 한국에서는 가족끼리도 포옹이나 뽀뽀, 애정을 나타내는 스킨쉽 등이 영 어색하기만 했던 거 같다. 사랑한다라는 말 한마디도 낯간지러워서 못하는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성장해가는 사춘기 딸과의 스킨쉽은 아빠들에겐 하나의 도전과도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딸들이 아버지를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가 바로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한창 자신들의 성 정체성과 신체 변화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딸들에게 아버지와의 자연스러운 스킨쉽은 그들로 하여금 정신적, 육체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하나의 대화 창구인 셈이다.

어떤 종류의 스킨쉽을 해도 괜찮다. 어깨 두드려주기나 간지럼, 팔씨름 등도 10대 아이들과 하기좋은 스킨쉽이다. 중요한 것은 스킨쉽을 통해 전달하는 우리의 마음,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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